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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lasiklab.co.kr/" target="_blank" rel="noopener" title="강남라식" class="seo-link good-link">강남라식</a> 권민경 시의 중핵을 이루는 고통은 대개 내상(內傷)과 관련된다. 첫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문학동네, 2018)에 반복되는 ‘물혹’, ‘종양’, ‘난소암’, ‘갑상선’ 등의 시어는 우리의 몸이 노화와 병듦의 생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적출과 봉합이라는 인공적 변화에 노출된 대상임을 암시한다. 고통 앞에 무력한 몸, 그 절대적 두려움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중의 고통은 생명이라면 필연적으로 체험하는 것이기도 하다.두 번째 시집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민음사, 2022)에서 권민경은 “내가 읽은 것들에 대해 기록하면 나를 따라 질질 발을 끄는 검은 자음, 모음, 하나하나 나였고 신파였으며 잘린 가지, 뺏긴 목소리, 잘린 갑상선, 난소, 그리고 기타 등등”(‘겨울나무’)이라 말한다. 자신의 고통을 ‘신파’로 지칭한다는 것.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누구나 한 번쯤 겪을법한 고통이 깊은 슬픔으로 내부를 베어내는 상실. 이 공동(共同/空同)의 감각 안에서 고환을 가진 아버지와 난소를 가진 ‘나’, 질과 자궁을 공유하는 개와 ‘나’, 그리고 모든 이종(異種)들은 함께 아플 수 있다..